자욱하다 황사 뒤로 사태지는 꽃가루
 충혈된 눈으로 바라다보는 세상은 빈 집
 희디 흰 빨래의 펄럭임만으로도 눈물을 쏟게 했다
 이 한 철 나는 바람이 시리도록 푸르게
 밀물지는 보리밭 허수아비로 서 있었다 이제는
 흔한 장난조차도 없는 새들의 사랑
 나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넝마의 껍질이었다
 봄볕 같은 아이들은 은빛 호루라기 소리를 내며
 소풍을 가고 춘공증에 겨운 도시는 정오가
 지나면서 아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잠꼬대에
 가까운 거짓말을 해대며 연인들은 서로의 뿌리를
 더듬어 내려가고 그러한 낮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일당 삼만원에 환경미화원으로 고용이
 되어 폐수로 오염된 이 도시의 강둑을 따라
 저물도록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뜯는 순한 양떼로 노
닐곤 했었다 밤벚꽃 놀에에 사람들은 일부러 막차를 놓
치고
 숙박비와 택시엔 꼬박꼬박 할증료가 붙었다
 순결한 백의가 더 이상 그립지 않은 나라
 환청처럼 들려오는 빨래 방망이질 소리에 귀를
 묻고 있는 나는 실속을 차리는 수가 되지 못하고
 언제나 빈털터리 허수의 아비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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