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본 기억이 없다 분명 기억 속의 그 도시엔 바
다가 있었는데 난
 바다를 본 기억이 없다


 횡단보도였지
 차들이 소음을 지르며 질주하고
 행인들이 지나가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고 
 햇살은 부시도록 선명했는데
 나
 가게 앞 의자에 앉아 혼자 울 뻔했었다
 살아 있다니
 ... 그건
 참으로 끔찍하기까지 한 현실이었다


 울지 않으려 차창으로만 시선을 두다가 일시에 날아
오르는 새떼를 보았지
 황망하게도
 그 풍경이 나를 울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늘 그 자리에 웃거나 혹은 뒤척이면서 지내
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런 모습이 또 서글퍼 보이기도 하더군
 할 말이 너무 많아서일까?
 나
 웃다 울다 바보처럼 돌아서 왔다


 그리운 사람,
 때로 너무 생각이 간절해서 전화조차 버거웠다면
쓸쓸히 웃을까?
 보고 싶어서 컴퓨터 자판 위에 놓인 손가락들을 본다
 그런데
 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그리운 사람
 조금씩만 서로 미워하며 살자
 눈엔 술을 담고 술엔 마음을 담기로

* 여림 < 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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