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깊어질수록 따뜻이 숨을 쉴 동면기의 어족들
가만가만 몸을 흔들 은사시 같은 수초들
잠깐의 스침에도 푸득푸득 빛으로 떠돌 형광빛 야광충
모두가 이웃하며 이 겨울을 견딜 것이다
얼음끌로 깎아 만든 작은 웅덩이 앞에 생채기 진
나무 의자 하나로 섬이 되어 버려진 나는 아이들
손목만한 견지낚싯대 끝으로 발돌과 함께 매다는
갈고리바늘 그 금속성 빛에도 눈이 시렸다
이젠 제법 익숙하기까지 한 소경낚시질
고만고만한 자리매김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이웃 섬으로 떠 있는 이곳에서 시리지 않는 건 별
뿐이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새벽별의 투명함마저
한기의 결정들이 골마다 찬 안개로 패이는 겨울산으로
밀려나면 견뎌 산다는 것은 물 위에서나 물 밑에서나
한결 같을 터
입질한 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가끔씩 버릇처럼
헛채기를 하다 문득 눈을 들어 어둠을 고르면 사방으로
점점이 뿌려 앉은 불빛들이 모진 세상사 맨몸으로만
칼바람을 이기고 있을 따름 어느덧 비늘처럼 얇아진
새벽빛을 꿰뚫고 결 고운 날개짓으로 울며 가는 겨울새
얼어붙은 궁창에서 너 또한 섬이 되어 가고 있구나

* 여림 < 무인도에서 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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