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을 들고 정지한 고양이처럼 
외로울 때는 
동사무소에 가자 
서류들은 언제나 낙천적이고 
어제 죽은 사람들이 아직 
떠나지 못한 곳 

동사무소에서 우리는 전생이 궁금해지고 
동사무소에서 우리는 공중부양에 관심이 생기고 
그러다 죽은 생선처럼 침울해져서 
짪은 소리를 던지지 
동사무소란 
무엇인가 

동사무소는 그 질문이 없는 곳 
그밖의 모든 것이 있는 곳 
우리의 일생이 있는 곳 
그러므로 언제나 정시에 문을 닫는 
동사무소에 가자 

두부처럼 조용한 
오후의 공터라든가 
그 공터에서 혼자 노는 바람의 방향을 
자꾸 생각하게 될 때 

어제의 경험을 신뢰할 수 없거나 
혼자 잠들고 싶지 않을 때 
왼 발을 든 채 
궁금한 표정으로 
우리는 동사무소에 가자 

동사무소는 간결해 
시작과 끝이 무한해 
동사무소를 나오면서 우리는 
외로운 고양이같은 표정으로 
왼 손을 들고 
왼 발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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