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는 방법을 배우고 우리는 뻘에다 완성되지 못한 낱말들을 적었다. 생애를 다
볼 수 없었으므로

그 여름 낮게 날아가는 새들은 지저분한 털뭉치 같았고 강 건너에선 기울어진 매운
탕집 간판들이 울먹이고 있었다. 반지하방에서 기침을 하던 너의 슬픔을 가져오지
못한 게 아주 오래 아프다. 스물여섯 살. 천호동엔 비가 샜고 낡은 관악기 같은 목젖
에선 피가 새어 나왔다. 우리의 눈 앞에선 여름내 동쪽에서 왔다는 부표들이 소혹성
처럼 떠올랐다. 거문고자리의 별 하나가 죽을 듯이 반짝였고 아침이면 아무르에서
왔다는 새를 보러 가곤 했다. 그해 비에 젖은 고양이들이 부르르 몸을 떨고 나팔꽃들
은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그만 아프자고 너는 떠났고 나는 질퍽이는 뒷골목을 걸어 강으로 갔다. 마음의 짐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이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 놀라운 강의 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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