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엔 불빛 몇 점 해파리처럼 떠 있었다
객실 문틈으로 스며들던 살바람은
샐녘까지 찬 벽마다 엇결로 환을 치고
설핏 든 풋잠은 옆질에 흔들리는
뱃전처럼 어지러웠다
간혹 소금기 자욱한 고동 소리에
미역 숲 같은 섬사람들은 밭은기침 끝으로
수화처럼 어지러운 잠뜻을 하고
손바닥만큼 작아진 나의 얼굴은 유리창
너머 간간이 섞이는 콩노굿 같은 눈꽃
송이들로 점묘되고 있었다
사람의 한 뉘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멀미를 하면서도 돌아서면 그리운 게
사람이었던 것처럼 살가는 일이
한기 첩첩한 동짓달 밤
칠흑의 배래 위로 바닷길을 내어가며
고스란히 혼자 앓는 배 멀미쯤임을 알겠네
언젠가는 가 닿을 섟을 떠올리면서
필생의 업으로 송장헤엄을 치는 허허바다
보늬처럼 얄팍한 어둠을 헤치고 미명의
하늘 저 편으로 눈 덮인 새벽 달 하나
섬이 되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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