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 온 첫 해에 아버지를 보내며
어머니는 떠나온 고향도 함께 땅에 묻었다
반평생 동안 아버지가 잡아온 횟감으로 회를
뜨며 회처럼 얇게 바다를 저며내며 어머니는
비린 앞치마 가득 생선 비늘처럼 얇고 투명한
바다를 날마다 부지런히 닦아 내었다


몸보다 무거운 옷을 걸치고 옷보다
더 무거운 봄 햇살을 받으며 공원 묘지
꼭대기에 있는 아버지 산소를 오르는 길
나는 앞서 가는 어머니의 등허리를
무거운 짐수레를 밀 듯 뒤에서
천천히 밀어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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