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도 이곳에서는 쓰레기의 일부로
흐른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몰랐다
떠나지 않으려 쇠스랑을 꽂으며
쓰레기 더미에 발을 담그는 어스름
올림픽대로를 따라 공항으로 향하는
차들의 불빛은 어쩌다 연등절 꽃등의
행렬처럼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였다
향긋하기까지 한 부패의 향기
쓰레기를 깎아 만든 산그늘을 배경으로
행주산성 멀리까지 저녁 안개가 질 적이면
사이사이 이끼처럼 자라는 아이들 몇
까치눈이 생긴 아버지의 발걸음을 흉내
내며 까치걸음을 뛰며 깍깍거렸다
어디서나 쓰레기 냄새가 난다고 반갑지
않던 아이들 그러나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치우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익숙한 제 몸
냄새에 이 세상 누군가는 반갑게 웃어줄지도
모른다는 순결한 믿음을 가진 까치무릇들
떠나지 않으리라
구름의 웃음소리로 쏟아져 내리는 눈이 쌓이면
난지도는 한 개 순백섬으로 재생되고
쓰레기가 아닌 섬 쓰레기가 아닌 사람들


나는 여의도로 가고 있는 유람선을 향햐
잔돌 몇 개를 날렵하게 집어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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