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떠나면서 만났다
앞을 보면서 뒤를 보았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릴 땐 눈이 온다면
슬픔은 가능할까?

누구도 슬픔에 대해서 친절히 일러주지 않는다
중앙선은 흔들림이 없고 
나는 반으로 나뉘는 상징이 싫다 
이를테면 신호등 같은 것
목적 없는 삶은 좋다 
이를테면 무모한 사랑 같은 것

눈이 내린다 질문과 답을 뭉뚱그리며
무모하게 쏟아지는 눈 속에서
보이지 않는 건널목을
배고픈 사람들이 장님처럼 우우 건너간다
모든 버스를 그냥 보내버리려고 정류장에 선 사람처럼
나는 웃는다
슬픔이 가능하지 않다면 어떤 건너편이 가능할까?
저편이 이편이 되려면 얼마나 오래 돌아가야 하는 걸까?
우리가 농담마저 망각한다면
이 슬픔의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

네가 버스에서 내릴 때 
나는 마침내 등대를 잃은 사람이 된다 
건널 수 없는 건너편으로 
하얗게 손을 흔들며 별의 말들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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