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사랑은 그래서 
덧없기도 하지만, 더없이 간절해지기도 합니다. 
스침과 스밈, 인연은 그 사이의 일인 것 같습니다. 

존재는 끌어당깁니다. 
그 끝이 충돌과 파국일지라도. 

'온다'라고 말할 때, 거기에는 기다림이 전제되어 있을 때가 많죠. 
기다리기 때문에 온다, 라고 표현하고
기다림 때문에 온다, 라는 말은 완성됩니다. 

정현종 시인은 그래서 < 방문객 > 이란 시에서 썻나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한 사람의 일생이,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거라고요. 
당신도 내게 그렇게 와주었군요. 

사랑을 위해서만 기꺼이 내어주고 싶은 자리, 
무릎은 그런 곳입니다. 

나라도 나를 안아주어야 할 때 우리는 무릎을 껴안습니다. 
내 눈물을 내가 받아주어야 할 때 무릎 위에 얼굴을 묻습니다. 
무릎은 그런 곳. 
무릎은, 그렇게만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 허은실 <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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