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들여다볼 때, 혼도 곁에서 함께 제 얼굴을 들여다보진 않을까.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 



  잠은 잘 자나요. 난 잠이 안 와서 혼자 소주 두 병 마시고 지금 해장하고 있어요. 

 집에서 술 먹으면 누나가 싫어하니까. 누나는 뭐, 나한테 화내거나 하진 않아요. 

 그냥 울죠. 그게 보기 싫어서 더 술 생각이 나죠. 


 
 5:00 
 
 아니, 

 언니를 만나 할 말은 하나뿐이야. 
 
 허락된다면, 

 부디 허락된다면, 

  ...

  ...

  ... 

 죽지 마, 

 죽지 말아요. 



 그날 해 질 녘에 느이 아부지 어깨를 짚고 절름절름 옥상에 올라 갔다이. 

 난간에 기대서서 현수막을 길게 내리고 소리 질렀다이. 

 내 아들을 살려내라아. 

 살인마 전두환을 찢어죽이자아. 정수리까지 피가 뜨거워지게 소리 질렀다이. 

 경찰들이 비상계단으로 올라올 때까지, 

 나를 들쳐 메고서 입월실 침대에 던져놓을 때까지 그렇게 소리 질렀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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