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오늘 아침
나는 내 검은 장화에 윤을 냈다오
당신을 떠나 보내는 자리에 어울리도록
깔끔하게 단장하기 위해서였소


당신의 관은 자그마했고
당신의 손녀딸 하나가 
관 네 귀퉁이에 
촛불을 켰소 


당신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소
지금은 사라져 가는 기술을 
망치로 두드려
낫을 날카롭게 하는 기술 말이오


당신의 무덤 옆에 서자 
나의 눈에 당신의 엄지손톱이 
박막( 薄膜 )만큼이나 얇은 
낫의 날을 검사하고 있는 것이 보이오


세월이 갈수록 당신은 점점 더 허약해졌고 
나는 쇠를 두드리고 
늘려 펴서 
해마다 더 얇게 만들었소



하지만 그런 다음에 
당신은 항상 내가 다듬은 날을 가져가서는
작은 망치로 두드려
나의 서투름을 바로잡곤 했소


내년 유월에는 
나 혼자서 낫을 날카롭게 다듬어야겠지요
그리고, 로베르, 나는 당신을 위해
내 슬픔보다 더 날카롭게 그것을 다듬으려 할 게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승희 < 논둑에서 울다 2 >  (0) 2022.08.12
* 이승희 < 어느 여름날 >  (0) 2022.08.12
* 이영광 < 등 >  (0) 2022.05.02
* 오원규 < 비가 와도 이제는 >  (0) 2022.04.20
* 황인숙 < 카페 마리안느 >  (0) 2022.01.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