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력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그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흐르는 피 꽉 움켜쥐며 그대 생각을 했습니다.
 홀로라도 넉넉히 아름다운 그대.


 지금도 손목의 통증이 채 가시질 않고
 한밤의 남도는 또 눈물겨웁고
 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있고 싶습니다.


 뒷모습 가득 푸른 그리움 출렁이는 그대 모습이 지금
 참으로 넉넉히도 그립습니다.


 내게선 늘, 저만치 물러서 저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여,
 풀빛 푸른 노래 한 줄 목청에 묻고
 나는 그대 생각 하나로 눈물겨웁습니다.


* 여림 <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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