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살면서
서로를 비교하지 않는다
낯선 이름 낯선 얼굴 사이사이에서
지붕도 없이 껴입을 웃옷도 없이
어머니 뿌리들 비에 젖으시고
너와 나 젖은 관절에서
튼튼한 팔 돋아난다
두 팔 속에서 사이좋게
일련의 생각들이 쑥쑥 자라서
푸른 잎이 되고 푸른 입은 나이 들어
그대들의 이름이 된다.
내 이름이 무겁다고 생각될 때
저도몰래 이웃 나무에게 기대면
기댄 자리에 쓸쓸히 흠집이 생기고
아무런 잎새도 피어나지 않는다.
홍여새 날아와 둥지를 틀지만
4월의 단풍나무 그대는
그대의 키 큰 가을을 위하여
작은 잎새마다 촘촘히
붉은 눈물 밤새워 물들일 뿐
아기손 잎새들은 무수히 달고서
꼿꼿하게 서 있을 뿐
슬픔을 슬픔이라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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