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마치 
이불을 재워주기 위해 잠이 드는 사람 같아 

네 품에 안겨서 
초록색 이불이 조금씩 몸을 뒤척이네 

품었던 것의 
품고 있던 독을 고스란히 
자기 육체로 옮겨오는 사람처럼 
먼 곳을 생각하는 자의 표정을 짓지

독충처럼 
꼬리 끝이나 대가리를 곧추세우는 대신 
언제고 입꼬리를 올리지 

이불을 재우는 사람처럼 
너의 잠은 동그랗네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이 비눗방울처럼 
네 언저리에 둥둥 떠오르네 

너는 모로 누워 
부탁해요, 제발
기도하는 사람처럼 두 손을 모으고 
곤히 잠들어 있네 

이것은 꿈이 아니지 
말하지 않을 땐 마지막 남은 너의 고백 같아서 
부탁으로 하는 그걸 알아듣지 

이불은 에매랄드 사원의 와불처럼 누워 
네 살결을 만지고 있네 
네 살결이 먼저 선잠에서 깨어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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