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만으로도 한동네가 되다니 

무릎만 남은 삶의 
계단 끝마다 베고니아의 붉은 뜰이 위태롭게 
뱃고동들을 받아먹고 있다 

저 아래는 어디일까 뱃고동이 올라오는 그곳은 
어느 황혼이 섭정하는 저녁의 나라일까 

무엇인가 막 쳐들어와서 
꽉 차서 
사는 것이 쓸쓸함의 만조를 이룰 때 
무엇인가 빠져나갈 것 많을 듯 
가파름만으로도 한 생애가 된다는 것에 대해 
돌멩이처럼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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