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높은데서만 사네요 
 구두를 벗으며 소연은 무심한데 
 신발들을 치우는 척 
 나는 달아오른 얼굴을 숙인다
 너는 올 때마다 힐을 신는구나 

  어쩌면 정말이지 
  스물 첫 서울살이 약수동 단칸방도, 신당동 재개발 지구 
반지하도, 스물 셋 첫 독립 화양동 옥탑방도, 스물다섯 첫 직
장 보문동 원룸도, 서룬 첫 투룸 원서동 빌라도, 막다른 골
목에 돌아앉은 계동 그 작은 집 언덕 위, 신혼집은 명륜
동 8번 마을버스 종점, 전세금 까먹고 옮겨간 정릉동 171번
종점 

 초본 세 페이지 나의 주소는 
 모두 종점이거나 山번지여서 
 애인들 언제나 골목 입구에서 돌려보내고 
 신발장에 하이힐 없는 이유 
 이제 깨우친다 

 우리도 엘리베이터 있는 집에 살자 
 딸은 내 소매를 끌고 
 운동 되고 좋잖아 

 나는 딸의 손을 잡아끈다 
 종점에 내려서도 가파른 언덕 
 홈스위트마이 
 힐스테이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소란 < 돌멩이를 사랑한다는 것 >  (0) 2022.11.20
* 이영광 < 높새바람같이는 >  (0) 2022.11.19
* 허은실 < 하지 >  (0) 2022.11.12
* 하재연 시집 < 우주적인 안녕 > 시인의 말  (0) 2022.11.07
* 하재연 < 폭우 >  (0) 2022.11.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