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손을 하나 그리고 
손을 하나 지우고 

이제 나는 
눈을 하나 그리고 
눈을 하나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지웠다고 하나 없는 것도 아니어서 
미웠다고 하나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이제 나는 깊은 밤 혼자 무연히 울 수 있게 되었는데 
나를 울게 하는 것은 누구의 얼굴도 아니다.

오로지 달빛 
다시 태어나는 빛 

그것이 오래오래 거기 있었다.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리면서 
홀로 오래오래 거기 있었다.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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