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에 살던 염장이는
평소 도장을 파면서 생계를 이어가다
사람이 죽어야 집 밖으로 나왔다
죽은 사람이 입던 옷들을 가져와
지붕에 빨아 너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에는
속옷이며 광목 셔츠 같은 것들이
우리가 살던 집 마당으로 날아 들어왔다
마루로 나와 앉은 당신과 나는
희고 붉고 검고 하던 그 옷들의 색을
눈에 넣으며 여름의 끝을 보냈다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정유경 < 늦가을 흰나비 > (0) | 2022.10.31 |
---|---|
* 이제니 < 갈색의 책 > (0) | 2022.10.31 |
* 안미옥 < 불꺼진 고백 > (0) | 2022.10.29 |
* 박준 <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0) | 2022.10.27 |
* 권현형 < 나는 당신이 아프다 > (0)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