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어쩌다 깊이 들여다 본 후
네가 좋아진다
바람이 뒤집어 놓은 머리카락과는 달리
깍지 낀 가지런히 손가락이 좋아졌다
어둠 속에서도 네 눈을 알아볼 수 있다
폐허를 아는 눈, 패배를 아는 눈
검고 따뜻하고 축축하게 살아 있는 눈
흰 와이셔츠의 네 단추에 질투가 났다
극지처럼 면 아름다운 너의 얼굴이
내 얼굴 속으로 파고들어왔을 때 수천 개의
바늘에 꽂힌 아픔이 몰려 왔다
여름 눈송이들이 몰려왔다 안무는 춤이 몰려왔다
너를 두고 돌아서 온 후 마시려던 물컵을 커피를
나를 다 엎질러버렸다
물기를 닦을 생각은 않고 대걸레로 내 뼈를 닦고 있었다
내 심장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싶었다
원효의 해골바가지로 물을 담아 마신들, 으스러지지 않는
세계가 있다 닿을 수 없는, 닿아서는 안 되는 세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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