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다가 시가 나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곤 한다. 한밤중에 깨어 볼펜을 들 때가 특히 그
그렇다.
시를 쫓아가다 보니 바야흐로 삶의 가을이다. 주
위에 자신의 때깔로 단풍 들거나 들고 있는 사람들
이 아름답다. 가득 찬 잔만큼 아직 남은 잔이 마음
을 황홀케 한다. 벌레 문 자국같이 조그맣고 가려
운 이 ' 사는 기쁨 ' 용서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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