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
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은 맞다. 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
겠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은 산 그
림자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둔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 속에 살
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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