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이 나는 너의 얼굴을 보려 수많은 생을 헤매었다
 거듭 태어나 너를 사랑하는 일은 괴로웠다

 위미리 동백 보러 가 아픈 몸 그러안고서도, 큰엉
해안이나 말미오름에서도, 빙하기 순록과 황곰 뼈의
화석이 나온 빌레못동굴 앞에까지 와서도 나는 이렇
게 중얼거린다

 저 멀구슬나무나 담팔수, 먼나무가 당신과 아무 상
관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 생이다
 너에게 너무 가까이도 멀리도 가지 않으려고

 헛되이 나는, 이 먼 곳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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