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앉았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아이처럼
세상의 어느 한 자리에서 맴을 돌다가
다시
작은 방에 들어앉았다
창문으로 보이는 편지 봉투만한 하늘
그곳에 푸른 우표를 붙여 세월의 흔적이라고 수신인
을 쓰고
나
이렇게 흘러만 왔노라
하고 발신인을 밝히고 싶다
그 무엇에게도 읽혀지지 않을 무상한 나날의 흐름들
하물며 말로 다 하지 못한 상처뿐인 속내는
어찌 채워질 수 있을 것인가
가
닿을 수라도 있을 것인가
나
오랜 시절
꿈으로 지은 집에 세 들어 살았노라고
그 집의 세간들에 정 들 무렵
홀연
먼길을 떠났노라고
아주 후일 뒤돌아보게 될 때
꿈으로 지은 집은
내 눈물과 나날의 한숨들이 창틀마다
먼지처럼 자욱했었고
정든 세간들은 보이지 않는 상처의 징표였다고
나
녹슨 못 자국으로 손바닥에 새기고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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