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일어난다.뿌리를 곧추세우고 나무가 일어선다.
 나무가 소리를 지르는 여기는 어디쯤일까.
 허리께에 느껴지는 뻐근함은 뒷골을 후벼파는 고통쯤
에 비한다면
 약간의 미열일 뿐일 터이지
 잠을 잤다고 했다. 의식불명의 상태였다고 했다.
 과일 뚜껑처럼 잘린 윗머리를 붙잡고 오랜 날 여럿 울
었다고 했다. 
 열흘이 넘도록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을 때
 맨 먼저 눈물이 마른 아내는 산소호흡기를 빼달라고
 의사의 가운을 부여잡고 화를 냈다고 한다.
 부모와 형제들이 그런 아내를 말렸을 때 아내는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씹으며 우그적 우그적 혓바
닥으로
 울음소리를 냈다고 했다. 
 일어선 나무. 내 가여운 나무. 핏발선 눈자위 주위
를 둘러보라. 
 토실한 알밤을 주렁주렁 매단 밤나무처럼였다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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