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하루종일 흡연실에 앉아서 꽁초를 구걸한다.
보이지 않는 손
까맣게 타들어 간 입술 주위로
니코틴의 자국은 립스틱만큼이나 선명하다.
한두 모금 남겨진 꽁초의 끝으로 입술을 태우며
그의 얼굴은 포만감으로 가득하다.
때로 소름젖는 사람들의 매몰참
속에서도 그는 다시 제자리로 가서 앉아 몸을
앞뒤로 뒤척인다. 조금만 조금만이라도
남겨진 꽁초가 입술을 태우기를
때로 소리를 지르며 속절없이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끄는 이들을
보면서도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삶
정작 부재하는 것은 담배꽁초가 아니라 그의 몸짓이다.
고개를 숙인 채 끝없이 흔들리기만 하는 삶속
흡연실 구석에 걸인처럼 쭈그리고 앉아 
오늘도 그는 입술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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