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당신에게 나의 슬픈 감정이 전해질까 봐 
내가 꾹 참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요? 

갈 거(去)를 연습했다. 
나는 종국(終局)을 위해 와해의 모형을 수집하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단어들이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
었을 때
미진(未盡)은 나를 대변하는 부끄러운 상징어. 
나는 아직도 어둠이라는 단어 하나에 쩔쩔매면서도
어둠이라는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오로지 합치의 순간을 위해서 써야 한다면 나의 시인
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약속은 이것. 
단어들이 무책임하게 데려다 쓰지 않겠다는 것. 
어제 나는 깃들고 스며드는 일에 심장은 물론이고 손과 발을 다 
쓸 것이다. 
먼저 느낄 것이다. 
아프다 고프다 슬프다 기쁘다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나는 네가 보고프다 당신들이 보고 싶다. 
그래, 당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바로 당신, 그리고 당신, 
그쪽의 당신도, 내게 사랑을 나눠 준 당신들에게 나는 이제야 오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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