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된 정원 하나를 가지고 있지 
삶을 상처라고 가르치는 정원은 
밤낮없이 빛으로 낭자했어 
더 이상은 아물지도 않았지 
시간을 발밑에 묻고 있는 꽃나무와 
이마 환하고 그림자 긴 바위돌의 인사를 보며 
나는 그곳으로 들어서곤 했지 무성한 
빗방울 지나갈 땐 커다란 손바닥이 정원의 
어느 곳에서부턴가 자라나와 정원 위에 
펼치던 것 나는 내 
가슴에 숨어서 보곤 했지 왜 그랬을까 
새들이 날아가면 공중엔 길이 났어 
새보다 내겐 공중의 길이 더 선명했어 
어디에 닿을지 
별은 받침대도 없이 뜨곤 했지 
내가 저 별을 보기까지 
수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나는 
떡갈나무의 번역으로도 읽고 
강아지풀의 번역으로도 읽었지 
물방울이 맺힌 걸 보면 
물방울 속에서 많은 얼굴들이 보였어 
빛들은 물방울들을 안고 흩어지곤 했지 그러면 
몸이 아프고 아픔은 침묵이 그립고 
내 오래 된 정원은 침묵에 싸여 
고스란히 다른 세상으로 갔지 
그곳이 어디인지는 삶이 상처라고 
길을 나서는 모든 아픔과 아픔의 추억과 
저 녹슨 풍향계만이 알 뿐이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원규 < 비가 와도 이제는 >  (0) 2022.04.20
* 황인숙 < 카페 마리안느 >  (0) 2022.01.14
* 한강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0) 2022.01.04
* 김사인 < 늦가을 >  (0) 2021.12.28
* 박지웅 <심금(心琴)>  (0) 2021.12.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