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 뒷길을 몇번 돌았다 
옛집 찾으려다 다다른 막다른 길 
골목은 왜 막다르기만 한 것일까 
골과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아 
엉거주춤 나는 길 안에 섰다 
골을 넘어가고 싶은 목을 넘어가고 싶은 골목이 
담장 너머 높은 집들을 올려다본다 
올려다볼 것은 저게 아닌데 
높은 것이 다 좋은 건 아니라고 
낮은 지붕들이 중얼거린다 
나는 잠시 골목 끝에 서서 
오래된 것은 오래되어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래된 친구 오래된 나무 오래된 미래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나무가 미래일까 
오래된 몸이 막다른 골목 같아 
오래된 나무 아래 오래 앉아본다 
세상의 나무들 모두 *無憂樹 같아 
그 자리 비켜갈 수 없다 
나는 아직 걱정 없이 산 적 없어 
無憂 무우 하다 우우, 우울해진다 
그러나 길도 때로 막힐 때가 있다 
막힌 길을 골목이 받아적고 있다 
골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고 있다고 
옛집 찾다 다다른 막다른 길 
너무 오래된 골목

*無憂樹(무우수) 근심이 없는 나무란 뜻으로,  '보리수(菩提樹)'를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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