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다가, 버티다가
딸내미, 사위들 몰려와서
가재도구 차에 나누어 싣고
앞집 할머니 콜택시 불러 요양병원으로 떠난다
 
아프면 아프다 진작 말하지
요 모양 요 꼴 되어서
이웃에서 전화하게 만들었느냐고
노모를 타박하는 딸년도
눈시울 뭉개져 아무 말 없는 노인네도
무던하다 생이 그렇다
 
겨울 지나는 입춘 바람이 맵다
살던 집 둘러보는 노구의 구부러진  그림자를
휘청 담벼락이 받아준다
 
거기가 요양하는 곳이라면 얼마나 좋으랴만
당신도, 나도 우리도 다 안다
대합실 같은 곳,  대기소 같은 곳
그러나 다행이다
더 요양할 삶이 남아 있지 않다
 
아무튼 나는
손수 가꾸어 가지런히 다듬어서 주시는 부추와
생도라지와 달래나물을 다시는 못 얻어먹겠구나 싶어서
눈앞이 자꾸 흐려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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