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늘을 사랑했네
버스를 놓치고
가버린 저녁을 기다리고
눌린 돼지머리 같은 달을 씹으며
어둠을 토해내던,
그 그늘을 사랑했네
오지도 않을 그림자를 밟고
두려움 많은 눈으로 밤을 더듬으며
숨어 연애하던,
그 그늘을 사랑했네
저 혼자 배불러오는 봄을 향해
입덧을 하고, 쏟아지는 소낙비에 젖어
내 안에 그늘이 없다는 걸 알아버린,
그늘을 사랑했네
언젠가는 같이 늙어갈 거라고
슬그머니 내 허벅지를 베고 눕던, 그 그늘을
사랑했네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복효근 < 타이어의 못을 뽑고 > (0) | 2022.09.21 |
---|---|
* 함민복 < 가 을 > (0) | 2022.09.21 |
* 이성미 < 칠 일이 지나고 오늘 > (0) | 2022.09.21 |
* 이성미 < 밤의 서랍 > (0) | 2022.09.20 |
* 이향 < 슬픔에도 허기가 있다 > (0) | 2022.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