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만 들면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처럼 심각해져 한참
들여다보는데 이미 짜놓은 판에서 골라 먹는 것도 쉽지 않
아 화분 속의 식물은 몸을 비틀고 꽃바구니 속의 꽃들은 일
찍 시들곤 하나보다
모든 게 별것 없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애시당초 판이
없었다면 펼치지도 않았을 것들 한끼 먹는 일이 숟가락으로
꾹꾹 슬픔을 누르는 것과 같아 허기로 허기를 감당하지 못
할 때 어쩔 수 없이 그 판에 의지해보곤 하는 것이다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성미 < 칠 일이 지나고 오늘 > (0) | 2022.09.21 |
---|---|
* 이성미 < 밤의 서랍 > (0) | 2022.09.20 |
* 이향 < 슬픔은 잠시 벗어둔 모자쯤으로 알았는데 > (0) | 2022.09.20 |
* 한강 < 회복기의 노래 > (0) | 2022.09.20 |
* 한강 < 몇 개의 이야기 12 > (0) | 2022.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