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만 들면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처럼 심각해져 한참
들여다보는데 이미 짜놓은 판에서 골라 먹는 것도 쉽지 않
아 화분 속의 식물은 몸을 비틀고 꽃바구니 속의 꽃들은 일
찍 시들곤 하나보다

 모든 게 별것 없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애시당초 판이
없었다면 펼치지도 않았을 것들 한끼 먹는 일이 숟가락으로
꾹꾹 슬픔을 누르는 것과 같아 허기로 허기를 감당하지 못
할 때 어쩔 수 없이 그 판에 의지해보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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