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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네 옆에는 지금 푸른 소파와 붉은 책상이 마주 보고
앉아 있습니다.
 참 날씨 한번 ......
 갈매기라도 휙 날아갈 것 같습니다.
 난 니나가 아니고, 당신은 그 누구도 아니지만.

 그럭저럭 배가 고파옵니다.
 사는 일이 그렇습니다.
 나는 갈매기처럼 편안합니다. 
 나는 나의 길을 가졌습니다.
 나는 죽음에 관한 아마추어입니다.
 죽어가며 다시 살아나고 있는 중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당신은 바다를 보고 있는 중이라 하셨지요.
 당시은 지금도 푸른 지팡이처럼 단단하신가요?
 당신의 사막에는 아직도 찢어진 바위들이
 너덜대며
 흩날리고 있습니까?

 당신의 가위질은 황홀했지요.
 매일 내 머리칼의 침묵이 길어졌기에
 푸른 지팡이가 소파가 되도록
 붉은 책상이 산 너머로 멀어지도록
 우리는 죽도록
 황홀했지요.

 편지를 쓰는 지금, 나는
 담담합니다.
 바다만 바라보는 갈매기처럼
 슬프지만,
 사는 일이 그렇습니다.

 2.
 가장 높이 날 때
 새는 잠시 눈을 감는 것입니다.

- 니나 : 체호프 원작의 희곡 <갈매기>의 헤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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