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깨어나는 둥근 꽃을 본 적 있니
땅을 파고 사라지는 작은 새와 죽지 않는 돌멩이를 찾고 싶어 
우리가 알 수 없는 것들을 따라가는 사이 누나는 
치맛자락이 뒤집힌 채로 자전거를 타고 내달렸지
어디 가아 
솟아오른 누나에게 흙 한 줌을 뿌리며 나는 큰 소리로 웃었어
멍청한 누나는 인사도 없이 바람의 경계선을 넘은 것뿐
그날 이후 엄마는 갑자기 웃어대는 날 붙들고 중얼거렸지
불을 끄지 마세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가 있어요

어둠이 빛나는 공원에는 계집아이들이 넘쳐났고
사내들은 기르던 개를 잡아먹고 잔치를 벌이며 울고 있었지
속옷을 반쯤 걸친 누나가 서서히 강물 위로 떠오르자
사람들은 아직 피지도 않은 꽃들을 모두 꺾어 버렸어
세상에는 이미 시들어가는 것이 많다고 

높은 곳에 올라 이 거리를 내려다보는 건 어떨까
사라진 자들의 은밀한 신호를 찾기 위해 거대한 힘이 필요해
너의 말에 나는 다시 갑자기 웃기 시작했어
담벼락에 기대어 함께 읽던 이야기를 잊었니
날아가는 것을 쫓으면 길을 잃어
누군가 가장 참혹한 죽음에 대하여 내기를 하고 있을 뿐
우리가 음모를 꾸미는 건 단지 외롭기 때문이야 
언덕 꼭대기를 향해 신나게 페달을 밟던 누나는
빈 것으로 떠오르기 위해 침몰한 걸까
모든 것은 알기도 전에 우리를 급습하지
내가 아직 울기도 전에 웃어야 하는 것처럼
갑자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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