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있잖아 하면 귀는 그냥 딸려간다 그녀는 말끝마다 있잖아 있잖아 하
면서 입술을 오물거리며 또 있잖아 한다 잠시 뜸들이고 다시 있잖아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면 조급해진 내 귀가 더 커진다 사실 그녀의 있잖아가 별거
아닌 줄 알면서도 있잖아 하면 일방통행로로 들어가게 된다 있잖아란 말의 문
앞엔 커다란 황소가 버티고 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있잖아 비밀이야 하고 말
의 뿔을 들이민다 도저히 돌아나갈 수 없다 있잖아가 그렇게 힘 센 말인 줄, 그
렇게 달짝지근하고 근질근질한 말인 줄 몰랐다 사실 있잖아란 말은 자석처럼
귀에 착 들러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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