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례식장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죠. 
 우리는 죽은 사람들을 통해 소개받았어요. 
 그런 것은 먼 거리일 거예요. 
 오늘은 우연히 영화관 앞에서 만났어요. 
 같은 어둠 속에서 
 당신은 조금 울었을까요?
 희극배우의 트렁크에서 곰인형이 튀어나왔을 때
 곰인형이 죽은 아이처럼 말했을 때 

 그런 목소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어린 시절에 우리가 땅에 묻는 것은 보물이었어요. 
 10년 후에 
 20년 후에, 그런 시간으로부터 지키고 싶은 게 있었
어요. 
 흙은 차갑고 딱딱했어요. 
 20년 후에도 신호등은 규칙적으로 색깔을 바꾸고 
 화살표를 바꾸고 
 먼 거리에서 
 당신을 보았어요. 

 작은 꽃가게 안으로 당신이 총총히 사라집니다. 
 당신은 꽃다발이 필요하고 
 오늘은 무슨 날일까?
 잠깐, 궁금했어요. 
 안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최영미 < 이미 >  (0) 2022.10.10
* 이병승 < 아버지의 수첩 >  (0) 2022.10.10
* 김행숙 < 에코의 초상 > 시인의 말  (0) 2022.10.10
* 강호정 < 슬픔이 움직인다 >  (0) 2022.10.10
* 최하림 < 집으로 가는 길 >  (0) 2022.10.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