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노트에 편지를 쓸 때마다 불이 인다. 몇 십 
번째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나는 타올랐다가 꺼졌
다가. 돼지고기 타는 냄새. 녹색 조명을 켰다 껐다. 
눈썹이 떨어진다. 편지를 쓰면 먼 곳에 있는 빛이 더
잘 보인다. 너의 눈이 타는 냄새. 

 벽돌에 올려 고기를 굽고. 애인을 만나고 싶어 관
속을 열어보는 사람이 있다. 텅텅 빈 묘지를 가꾼다 
고 삽자루를 꽉 쥘 때. 너는 흐른다. 혀를 씹을 때 탄
맛이 난다. 푸르게 돋아나는 잡초들을 뜯고 뜯고. 이 
제 구멍 좀 그만 파. 자꾸 불길이 올라온다. 

 너를 이해할 수 없어서 희랍어를 베껴 쓴다. 도서 
관에는 탄내가 가득하다. 두꺼운 책이 좋아서 꼭 끌
어안는다. 모두가 부서져 잔잔하게 흩어진다. 너를 
이해할 수 없어서 편지를 펼치고 통째로 외운다. 

 너를 만나려고 다 익은 벽돌을 뺐다. 모든 것이 타
고 남은 뼈. 뼈를 이해할 수 없어서 불을 질렀지. 불
길 속에서 뼈울 외우기 시작했다. 통째로, 한꺼번에 
외우기 시작했어. 붉은색 노트를 펼치고, 혼자 씹던
마지막 살점을 내뱉고 

 나는 편지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굵은 펜을 새로 
샀다. 바비큐처럼 등이 타고 있다. 

 죽은 다음, 꿈으로 살아가는 기억들이 있지. 오늘 
은 불씨. 네가 있다. 네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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