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늦게 일요일이 찾아왔다. 햇빛은 일요일의 뒤
에 있었고, 몇 덩어리의 구름은 일요일의 느리고 느
늘고 부르더운 말씨,
그리고 내린 비는 일요일의 가득한 눈물처럼. 앞에
있는 햇빛처럼. 나는 토요일 밤의 송별회를 지나 월
요일 그리고 화요일 밤.
나쁜 일은 영원히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이 멀
리 흐리지 않고 가까이 향월 여인숙에서 잠이 들고
다음 날 다시 새 이불을 덮는다. 나는 화요일 밤을
지나 수요일 아침 그리고 목요일 아침의 순서로 일요
일을 기다린다.
일요일은 제멋대로 다리르 뻗고 두드리고 발을 주
무른다. 일요일이 쓰고 온 넓은 모자가 넓은 그늘을
만들고, 나는 금요일 저녁에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구두들이 글썽거리며 웃음을 몰고 모여 있는 것을 본
다. 금요일 저녁에서
밤이 녹는다. 발부터 일요일까지. 토요일이라는 누
구누구의 이름까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선우 < 그러니 애인아 > - 늙은 진이의 말품으로 (0) | 2022.10.07 |
---|---|
* 이병률 < 마음의 내과 > (0) | 2022.10.06 |
* 김선우 <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0) | 2022.10.06 |
* 김선우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0) | 2022.10.06 |
* 나희덕 시집 <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시인의 말 (0) | 2022.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