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의도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자식에게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 박민규, 소설 <더블>

 2022년 6월 8일 새벽 촬영 현장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나는 죽음을 만났었다.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돌아왔을 때 박민규의 문장이 떠올랐다.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쉬지 않고 달려온 15년의 시간들도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병실에서 눈을 떴을 때 천장의 형광등이 거대한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죽음의 계곡을 탈주해 다시 이승의 삶으로 돌아왔을 때 그 형광등은 마치 태양처럼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영롱한 형광등 빛이라니 아이러니 했다.

그 짧은 순간을 영화로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인생을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찬란한 빛이 작은 반향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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