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고 밤이다
 목련이 피어오르는 봄밤이다
 
 노천카페 가로등처럼
 덧니를 지닌 처녀들처럼
 노랑껌의 민트향처럼
 모든 게 가짜 같은
 도둑도 고양이도 빨간 장화도
 오늘은 모두 봄이다
 오늘은 모두 밤이다
 
 봄이고 밤이다
 마음이 비상착륙하는 봄밤이다
 
 활주로의 빨간등처럼
 콧수염을 기른 사내들처럼
 눈깔사탕의 불투명처럼
 모든 게 진짜 같은
 
 연두도 분홍도 현기증도
 오늘은 모두 비상이다
 오늘은 모두 비상이다
 
 사랑에 관한 한 우리는 모두 조금씩 이방인이 될 수
있다
 그해 봄밤 미친 여자가 뛰어와 내 그림자를 자신의 것
이라 주장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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