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해처럼 뚝 떨어지는 팔이여, 사랑하는 팔이여, 미워하는 

팔이여, 저 휘어지는 채찍이 나의 얼굴을 다른 세계로 돌려놓

는다. 

당신이 흐느낀다. 당신이 감싸 쥔 얼굴. 쪼개진 몇 개의 얼굴을

나는 흡수한다. 


나는 고요한 호수처럼 주름을 펴고, 높아졌다 낮아지는 산과 

산속에 숨어 사는 사람과 여러 가지 숨소리와 한쪽으로 날아가

는 검은 새들과 실종 43일을 흡수한다. 

맹목적인 팔이여, 문득 가벼워지는 우리들의 손목이여,끝까지 

팔을 뻗어 높은 선반에 닿지만 닿을 수 있는 곳을 지나 팔은 꿈 

속에서도 먼지 속에서도 자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