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최승자 <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0) | 2022.09.24 |
---|---|
* 김행숙 < 다정함의 세계 > (0) | 2022.09.24 |
* 오규원 시인의 마지막 시 (0) | 2022.09.24 |
* 오규원 < 고통이 고통을 사랑하듯 > (0) | 2022.09.24 |
*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 (0) | 2022.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