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에 너는 서 있다. 

너에게 가려고 
가지 않으려고 
나는 허리를 구부렸다.

그때 피어난 바닥의 꽃을 향해
그때 숨어든 꽃의 그림자를 향해
허리를 구부렸다. 

구부러진 채 
나는 펴지지 않았다. 

복도를 떠돌던 
나의 빛은 구부러진 채 
나의 나날들은 구부러진 채 
펴지지 않았다.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그때 흔들린 꽃에 대해 
그때 사라진 꽃의 그림자에 대해 

나는 말하지 않았다. 
너에게 가려고 
가지 않으려고 

구부러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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