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들어가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밤늦도록 빗속에 
천가죽처럼 묵직하게 처진
고목들이 줄 서 있고 
그 길에 가는 자를 못 비추는
무뚝뚝한 등이 서 있습니다 
헌 세상 같은 밤이 차고에 들고 
얼룩이 배어 있는 이마를 
나는 핸들 위에 가만히 찍습니다 
동이 트지 말았어야 할 사랑이었나요 
하루면 밤의 진흙에 화단 한 평은 올렸을 사랑이었습니다 
비 개이면 서니부룩 파크에서도 맞은편이 보일는지 
신음소리 없는 인연을 바랄 턱도 없겠지만 
사랑은 병 깨는 소리에 놀라는 
참 오래된 밥집만 남은 쓸쓸한 공원 같습니다 
무변대핸데 라고 당신은 말하겠지만 
차라리 내게서 아주 멀리 가는 당신의 전부가 
이제 첫 생에 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빗물 이불을 깔고 누운 구원이 이제는 고개를 돌리지 않을 테지요 
움푹한 영혼이 살았던 방바닥에 
입맞춤 하나가 아직 일어나지 않지만 
이제야 길을 잃어도 내가 없는 당신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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