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림시인
* < 허망한 뿌리는 숨죽이고 >
환상의 빛
2022. 1. 15. 12:25
커피잔을 들고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지금
나를 관통해내려는 힘은 무엇인가
무럭무럭 상상의 굴뚝 속으로 아린
담배 연기가 쏟아진다 압력밥솥같이
끓는 내장의 중얼거림은 마음 밭에
뿌려지는 실한 거름 쯤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럼 나는 거기에다 무슨
씨를 심었나 허망한 뿌리는 숨죽이고
있을 때가 더 많은 법 그리하여
휴지 옆에 걸어 둔 메모지마다에
촘촘히 적힌 기록들은 허망한 날들의
묘비명 같은 것이었으니 물과 함께
버려지는 내용물이라 해도 스스로의
몫은 이미 다한 터 커피잔을 씻고
손을 헹구며 말끔히 비워진 거울을
본다 단순한 배후를 가진 나와
거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간극
소리없이 숨을 죽이며 이 순간 내가
관통해내려는 이것은 또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