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체 게바라 < 선택>
환상의 빛
2022. 12. 14. 09:28
적의 급습을 받은 동지 하나가
상황이 위급하다며 지고 가던
상자 두 개를 버리고
사탕수수밭 속으로 도망가버렸다
하나는 탄약상자였고
또 하나는 구급상자였다
그런데 ,
총탄에 중상을 입은 지금의 나는
그 두개의 상자 가운데
하나밖에 옮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과연,
의사로서의 의무와
혁명가로서의 의무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
나는
내 생에 처음으로 깊은 갈등에 빠졌다
너는 진정 누구인가 ?
의사인가 ?
아니면,
혁명가인가 ?
지금 내 발 앞에 있는
두 개의 상자가 그것을 묻고 있다
나는
결국 구급상자 대신
탄약상자를 등에 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