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장석남 < 송학동 1 >
환상의 빛
2022. 12. 11. 07:34
계단만으로도 한동네가 되다니
무릎만 남은 삶의
계단 끝마다 베고니아의 붉은 뜰이 위태롭게
뱃고동들을 받아먹고 있다
저 아래는 어디일까 뱃고동이 올라오는 그곳은
어느 황혼이 섭정하는 저녁의 나라일까
무엇인가 막 쳐들어와서
꽉 차서
사는 것이 쓸쓸함의 만조를 이룰 때
무엇인가 빠져나갈 것 많을 듯
가파름만으로도 한 생애가 된다는 것에 대해
돌멩이처럼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