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박지용 < 기록되지 않은 기록 >
환상의 빛
2022. 11. 27. 15:06
사진 한 장을 남기지 않았다
우리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볼 줄 알았던 우리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무엇으로도 표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가 서로의 아름다움에 취해
모든 것을 내던진 그 시간들에는
그 어떤 것을 걸치지 않고서도
화려할 수 있었다
그 어떤 평온도 존재하지 않았으나
그 혼란 속에서
우리는 영원했다
밤을 세워가며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던 시간들을
내내 아름다움에 대해서 얘기했던 우리는
아름다워 보일 수는 없었으나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서로가 담긴 사진 한 장을 찍지 않았음을
깨달은 우리는
어쩌면 참 다행인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 모든 것을 묻어두기로 했다
묻어두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던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