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박지용 < 당신의 빈방 >
환상의 빛
2022. 11. 27. 15:03
텅 빈 방을 데우는 건
아주 작은 마음을 태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곳으로 누군가를 데려가는 일은
홀로 서있는 일보다 간단하다
그림자는 소중한 편지를 옮겨 적듯 지나가는 이를 투과한다
하지만 도로 위 스쳐가는
가로등 그림자의 모양새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딱 그만큼의 마음이 그 방에 벽지처럼 묻어있다
그럼에도 충분한 열기를 가진 방에는
어쩐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못을 박은 사람은 없으나 걸어야할 사진이 많아
벽은 못 박을 자리가 없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자의 방이다
딱 한번 그 방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 모든 것 또한 사랑이었다고 말해줄 생각이다
그것이 빈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