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림시인

* < 1999년 2월 3일 아침 04시 40분 >

환상의 빛 2021. 12. 28. 08:33

  나는 절망한다
 아니,
 절망도 아닌 그 무엇
 어머니는 새벽 기도를 나가시고 나는,
 갈수록 흐려지는 눈을 헤집으며 여기 앉았다
 이빨을 지그시 짓누르는 삶은 회한들
 그러고도 모자란 듯 호흡은 갈수록 나를 괴롭힌다 
 시를 쓰는 자들의 영특함,혹은 영악함
 자신과의 어떤 축, 혹은 城을 구축하려는 모습이
 눈을 감고 그 눈 속이 쓰린 만큼 아프다
 나는 꿈을 이루었다
 이것으로 되었다
 시인이 되고 싶었을 따름이지 시인으로서 굳이
 어떤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등단을 거치면 곧 그 심사 위원인 시인 분 - 평소에도
난, 너무 그분들을 존경해 왔다. 그래서 그분들의 말씀,
즉 시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더군다나 그런 분들이 내
시를 읽고 직접 뽑으셨다는 데야... - 들을 찾아뵈어야
한다는 것도 마음 속의 모를 짐이었다.
 천천히 나중에 찾아뵈었어도 좋았을 것을...


  힘이 든다
 여지껏 시와 내가 지녀왔던 경계심, 혹은 긴장감들이
한꺼번에 용해되면서 나는 밤낮으로 죽지 않을 만큼만
술을 먹었고 그 술에 아팠다.
 생각해 보라
 35년을 아니, 거기에서 10년을 뺀 나머지의 생애를 한
사람이 시로 인해서 피폐해 갔다